일어나, 너의 하루가 기다리고 있어



무너질 때는 한꺼번에 쓸려 내려가는 뚝 마냥 와르르 무너져 버려
그러다가 고요해 지면, 가슴을 쓸어내리며 드디어 끝났나 싶지만,
그 순간 마지막 보호막이었던 지붕은 소리를 지르며 머리 위로 떨어져 버리지

그 아래 깔려서 일어나 보고 싶지도 않고,
더는 움직일 기운도 없으니 시간아, 이 숨마저 거둬가렴

근데 그렇게 내버려진 몸뚱이 밑에 깔려 있던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거야
그 진동은 점점 심해져서 그대로 있을 수도 없는 거지

갑자기 일어났어.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달렸어. 숨이 턱턱 막힐 때까지.

화산이 폭발하듯 떨어져 내리던 조각 파편들이 조금씩 수그러 들기 시작했나봐
그래도 멈춰서지 않을 거야. 이렇게 달릴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아직 발 아래 땅이 숨쉬고 있는 것을 느꼈으니까



그래,
바람은 부드러운 향기로움을 흩뿌리며 흘러가기도 하지만,
종종 바늘보다 차갑게 선 날로 온 몸을 베어 만신창이를 만들고 사라지기도 하지

하지만 그렇게 난 상처도 아물고 사정없이 흔들리던 땅도 평화를 찾곤 해.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

그리고 그 하루는 그 누구의 것이 아닌 너의 것.


by 3rd person | 2010/03/20 21:54 | 쪼꼬렛 | 트랙백 | 덧글(0)

시간과 기억과 빛을 따라서


늘 그렇듯
시간은 흘러 가고
기억이 두고 온 것들은 빛을 잃어 버렸다


빠르게 내딛는 걸음거리 안에서도
무언가 내뱉어질 것 같은 꿈틀거림이 심장을 거머쥐지만,
아직 날개를 펼칠 만큼 힘은 세어지지 않았나보다

언젠가, 오늘이 되었든 내년이 되었든
그 때를 조금 더 진지한 참을성으로 기다려야겠다



by 3rd person | 2009/11/07 05:22 | 쪼꼬렛 | 트랙백 | 덧글(0)

빛 바랜 사진을 닮은 아이


비가 보슬보슬거리며 내린다.
이 아이, 오래전의 그 남자를 떠오르게 한다.


나를 구석에 몰아세운 그는 내 양 옆 벽에 손을 턱 얹더니, "이래도 내가 작아보여?" 실은 그의 키가 작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큰 축에 속했다. 다만, 그의 막내 동생이 너무나 컸으며 둘은 항상 그걸 경쟁하듯 생각하고 있어서 그걸 놀린 것 뿐이었다. 어쨌든 그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뭉게구름이 가슴 속에 피어났다. "아니," 난 들릴락 말락한 소리로 답변을 하면서 그 뭉게구름과 싸우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뻑뻑거리며 구름과자를 먹고 있던 아이가 다시 이야기를 한다.
"처음부터 그랬어. 그냥 때가 되기를 ... "

큰 키에 마르지 않고 적당히 몸집이 있는데다가, 얼굴은 분명 잘생기지 않았는데도 못생겼다는 말은 커녕 잘생긴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만큼 매력적으로 생겼고, 눈에 장난끼가 뿜어져 나오는 것도 그 남자와 너무나 닮았다.


어려서부터 탔던 솜씨로 그는 산악용 오토바이를 깨나 잘타는 것 같다. 다른 친구를 뒤에 태우고 어느새 한바퀴를 돌고 온 그는 나더러 뒤에 타라고 한다. 뒤에 누군가를 태우면 그만큼 속도를 낼 수 없고, 그러면 그만큼 재미가 반감되지만, 이럴 때의 그는 멋쟁이 신사스런 그의 아버지처럼 어른스럽게 군다. 그의 뒤에 앉았지만 언제나처럼 나는 굳이 그의 허리를 잡지 않았다. 그를 잡고 있으면 뭉게구름 속에서 헤쳐 나오지 못 할 것만 같았다. "이런 고집불통" 한마디를 내뱉고는 쓰윽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게 싫었어. 이렇게 힘든 모습 보는 것도 싫고 ..."
말을 마친 아이는 담배를 끄고 짐을 들었다.
"알았어."


다 같이 장식한 거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우리는 모두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찰칵-으악캭캭캭" 다들 놀란 눈으로 마구 웃어재끼는 나를 쳐다보고 있다. 카메라 플레시가 터지는 순간, 뒤에 섰던 그가 나를 와락 껴안아 버렸고, 당황하고 어찌할 지 몰랐던만큼 그 상황이 재미있었던 나와 그는 마냥 웃어버렸다.


그랬다. 희끄므레한 시간 속을 되돌아 가는 듯한 사진 속의 오래된 그 남자와 분명 닮았다. 그래서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이 아이가 하는 말들 앞에 나는 여지없이 뭉게구름 위를 걷는 듯한 현기증이 일고 있다.


by 3rd person | 2009/09/21 01:12 | 세 잔 | 트랙백 | 덧글(4)

무슨 마음인거야



하루 종일 같이 놀던 남자 친구는 밤 늦게 다시 나온다면서 집안의 부름을 받아 들어 갔고, 나는 양해를 구하고 모임에 조금 느즈막히 도착했다. 이미 다들 많이 마셨는데, 가는 길에 동생들을 나오라고 해서 몇 데리고 가자, 난리가 났다. 훗- 귀여우시기는.

그런데, 못 보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여자분의 손을 오빠가 잡고 있다는 걸 알아챌 즈음, 오빠가 소개를 시켰다. "내 여자 친구. 인사해." 홍조를 띈 오빠의 얼굴은 술을 마셔서인지 여자 친구분이 옆에 계셔서인지 웃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좋아보여서. 

우리 모두 즐겁게 노는 중간 중간에 둘은 어디를 그렇게 갔다오는 지, 계속 사라졌다 나타나곤 했다. 한번은 나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이 일어났다. 둘만 자리에 남겨둔 채. 돌아와보니 오빠는 누워 있었고, 그 여자 친구 분은 혼자서 분주하게 자리 정리를 하고 계셨다. 쓰레기가 가득했던 우리들의 자리는 깔끔하게 치워졌다. 그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오빠는 저런 사람이 아닌데.. 내가 아는 오빠는 자기가 누워서 쉬는 동안, 좋아하는 여자가 분주히 움직이며 쓰레기를 주워 담게 내버려 두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일단 그런 이상한 느낌을 받고 난 후여서 그런지, 오빠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 동의를 구하듯 내 눈을 쫓는 것을 보았고, ... 오빠의 모든 사소하지만 알 수 없이 이상한 행동들이 눈에 띄었다.

나랑 동생들은 시간이 늦어 먼저 일어난다고 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동생들은 또 다른 오빠 이야기를 하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그래, 그 오빠가 잘생기긴 했지라고 맞장구를 쳐주며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전화가 울렸다. 남자 친구일거라 예상하고 핸드폰을 꺼내 보니, 오빠였다. 잠시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나 보다. "언니, 괜찮아? 무슨 전화야?" 응, 아니, 아까 거기 오빠가.. 오빠? "아, 잘 들어가고 있는 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해서." 어.. 응.. 잘 들어가고 있지. "응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딸깍.

왠지 기분이 오묘하다.



by 3rd person | 2009/09/20 13:06 | 세 잔 | 트랙백 | 덧글(2)

좋지만 전혀 좋지 않은-나쁜 남자




언제부턴가 나쁜 남자가 인기있는 남자이며 연애를 하고 싶은 남자가 갖고 있어야 할 바람직한(?) 성향이 되는 것 같다. 대체 나쁜 남자는 무엇인가? 뭐 나쁜 남자의 정의는 여러 사람마다 다른 정의를 둘 수 있겠지만, 어느 지인분이 한 단어로 제대로 정의하신것 같다.

무관심한 남자

그 순간의 자신의 감정을 가감없이 충분히 드러내고 바로 그 순간을 즐기지만 집착하지도 않는 사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혀 관심없이 보이면 상대를 낚을 수 없다.(그 야리꾸리한 감정을 만들어 내려면 역시 서로의 화학작용이 최고라나 뭐라나..) 대개의 나쁜 남자는 상대의 마음을 낚아채기에 충분히 표현을 한다. 다만 이 관심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는 눈 앞에 안보이는 시간들이다. 이 시간 동안은 이 남자가 나한테 관심은 커녕 어디로 사라졌는지, 지구 반대편으로 토낀건지, 살아 있긴 한 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ㅡㅡ;;;; (나쁜 남자라고 했지만 이런 종류의 여자도 꽤 있다. 옆에서 본 바로는 이런 여자들은 남자들을 아주 미치고 집착하게 만들던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혹시 내 남자가 양다리를?? 하고 생각한다면,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양다리 따위 생각도 않고 있다.(양다리나 오징어 문어다리들은 대체로 멀리 있을 때도 연락을 한다. 그들은 또 다른 신기한 능력을 소유한 종족 .. ㅡㅡ;;;) 알고 보면 그저 자기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정신없이 바쁘고 즐겁게. 다만, (두둥!!) 그 세계엔 당신이 존재치 않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나쁜 남자가 전혀 좋지 않다!! 더 솔직하자면 너무너무너무 싫다!!! (좀 너무 노골적이었나?? ㅡㅡ;;;) 가끔 어울리는 친구로서는 좋다. 쿨하게 만나서 재미있게 놀다가 헤어지기에는 즐거운 상대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는 전혀 반가운 상대는 아니다. 특히나 애인으로서는 정말 됐습니다~다.

내가 본 나쁜 남자들의 특징은 대체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긍정적이다.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산다. 나쁜 남자라고 했지만 전혀 나쁘지 않은, 실은 아주 좋은 사람들인 것이다. (이 무슨, 아이러니도 아니고, 불쾌한 농담도 아니고!!! ㅠㅠㅠㅠ) 다만, 자신의 세계가 있고 자신만의 공간이 강하게 존재한다. 세상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두 가지 유형, 말이 별로 없고 자신만의 공간이 중요한 사람. 

스스로 말이 별로 없고 스스로에 대해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말을 다 인정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주변 사람들이 보는 나는 말이 지독하게 없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안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 자신 이야기를 잘 안하는 아해에 대해 폐쇄적이니 어쩌니 한마디 했다가 돌아오는 말이, 그래도 너보다는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 인간이란 본인의 행동은 잘 모르는 게지. 하여튼 스스로 그렇다보니, 말을 잘 안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안하는 사람들 주위에서는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재미없는 것은 둘째 치고, 무슨 무성 영화 찍을 것도 아니고! ㅡ_ㅡ;;; 어쩌면 나의 인간 관계가 상대의 인생에 대한 나의 반응을 기반으로 만들어가는 방법 외에는 아는 게 없어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신의 세계에 나를 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 수 없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고, 힘들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관계에서 한 쪽이 불안해하면 그 관계는 안정될 수가 없고, 불안정한 관계는 양쪽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 따라서 나쁜 남자는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다. 나쁜 남자에겐 내가 불행한 존재일거고.



참참, 그래서 결론은, 개인적으로 나쁜 남자가 정말 싫지만, 객관적으로 나쁜 남자는 좋은 남자인 경우가 많다. 나쁜 여자들도 마찬가지고. 그런 좋지만 나쁜(?) 사람들과 연애하는 사람들이여, 힘내시라. 당신의 애인은 다른 사람을 끼고 있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

갑자기 어떤 글을 읽다 보니 요근래에 보았던 몇몇 정말 "좋은" 나쁜 남자들이 생각나서 ...



by 3rd person | 2009/09/19 15:46 | 한 숟가락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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